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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죽


얼마 전 지인이 임플란트 수술을 크게 하면서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못 먹어 엄청 고생하더라고요. 치아가 약해지거나 치과 치료를 한창 받고 있을 때는 정말 씹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역이죠. 교정기를 처음 꼈을 때나 잇몸이 부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씹을 때마다 찌릿하고 아프니까 자연스럽게 씹기 편한 것만 찾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흰죽이나 부드러운 빵, 카스텔라, 아니면 과일 주스 같은 탄수화물이나 당분 위주로 대충 한 끼를 때우게 되더라고요.


아, 근데 이게 정말 위험한 식습관입니다. 며칠이야 괜찮겠지만 이런 식사가 길어지면 영양 불균형, 그중에서도 단백질 부족이 심각해지거든요.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근육량이 금방 빠지는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 상처 회복이나 잇몸 조직 재생이 엄청나게 더뎌집니다. 결국 빨리 낫기 위해서라도 고단백 식사는 선택이 아니라 무조건 챙겨야 하는 요소죠. 그래서 오늘은 씹지 않아도 목으로 술술 넘어가면서 단백질은 꽉꽉 채운, 속 편한 영양죽 레시피를 자세히 풀어볼까 해요.


씹기 힘들 때 왜 꼭 단백질을 챙겨야 할까


보통 아플 때는 소화가 잘되는 걸 먹어야 한다며 영양가는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치아가 불편할 때일수록 단백질 섭취에 더 신경을 써야 해요. 우리 몸의 면역 세포와 회복을 돕는 조직들이 전부 단백질로 만들어지니까요. 특히 어르신들이나 회복기 환자분들에게 고단백 식단은 보약이나 다름없습니다.


고기를 푹 익혀서 먹는다고 해도 질긴 섬유질 때문에 잇몸에 무리가 갑니다. 이럴 때는 굳이 고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두부, 계란, 흰살생선, 다진 닭가슴살처럼 원래부터 질감이 부드러운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돼요. 이런 재료들은 소화 효소가 닿는 면적이 넓어서 위장관에서 흡수도 아주 잘되고, 씹을 때 턱이나 잇몸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아서 안심하고 듬뿍 먹을 수 있거든요.


소화잘되는음식


부드럽고 든든한 고단백 영양죽 레시피 3가지


1. 고소함이 폭발하는 연두부 표고버섯 깨죽


두부는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죠. 일반 부침용 두부보다는 찌개용이나 연두부를 사용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입에 넣자마자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리거든요. 여기에 감칠맛을 더해줄 표고버섯과 갈아낸 깨를 듬뿍 넣으면 고소한 풍미가 정말 장난 아니에요.


재료: 밥 한 공기, 연두부 1모, 건표고버섯 2개, 깻가루 3큰술, 참기름, 국간장, 소금 약간

만드는 법:

먼저 건표고버섯을 따뜻한 물에 충분히 불려주세요. 생표고버섯을 써도 좋지만, 건표고버섯을 불려서 쓰면 쫄깃한 식감은 덜해도 국물에 우러나는 감칠맛이 훨씬 깊어지더라고요. 불린 버섯은 기둥을 떼어내고 아주 잘게, 거의 다지듯이 썰어줍니다. 씹는 게 아주 많이 불편하다면 블렌더에 넣고 물과 함께 살짝 갈아버려도 괜찮아요.

냄비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다진 표고버섯을 중약불에서 달달 볶아주세요. 버섯 향이 확 올라오면 밥을 넣고 버섯 우린 물과 맹물을 섞어서 부어준 뒤 푹 끓입니다.

밥알이 푹 퍼지고 국물이 걸쭉해지면 준비한 연두부를 숟가락으로 툭툭 떠서 넣어주세요. 연두부를 으깨가며 저어주면 죽이 훨씬 더 크리미하고 부드러워져요.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깊은 맛을 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춥니다. 불을 끄기 직전에 깻가루를 듬뿍 뿌려 섞어주면 완성이에요.

이 죽은 잣죽이나 타락죽처럼 고소하면서도 위장에 부담이 전혀 없어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적극 추천해요.


치아약한사람


2. 우유의 깊은 풍미가 가득한 닭가슴살 야채 타락죽


타락죽은 예로부터 임금님이 기력이 쇠하셨을 때 드시던 고급 보양식이잖아요. 쌀을 갈아서 우유를 넣고 끓인 죽인데, 여기에 다진 닭가슴살을 더하면 식물성, 동물성 단백질을 완벽하게 보충할 수 있어요. 닭가슴살이 퍽퍽해서 어떻게 죽에 넣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아주 잘게 다져서 채소와 함께 푹 끓이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거든요.


재료: 불린 쌀 1컵, 우유 300ml, 닭가슴살 50g, 애호박과 당근 약간씩, 소금

만드는 법:

생닭가슴살을 칼로 아주 곱게 다져주세요. 칼질이 번거롭다면 커터기로 윙 갈아주셔도 좋아요. 요즘은 시판용으로 아주 부드럽게 나온 닭가슴살 제품도 많으니 그걸 잘게 찢어서 활용해도 아주 편리하더라고요.

애호박과 당근도 씹히는 느낌이 거의 없도록 아주 작게 다져줍니다. 채소의 단단한 식감이 부담스럽다면 당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다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냄비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다진 닭가슴살과 채소를 볶다가, 닭고기가 겉면이 하얗게 익으면 불린 쌀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주세요.

물을 붓고 쌀알이 완전히 푹 퍼질 때까지 중불에서 뭉근하게 끓입니다.

물이 거의 졸아들고 쌀이 퍼졌을 때 우유를 부어주세요. 이때부터는 약불로 줄이고 바닥이 눋지 않게 살살 저어가며 끓여야 해요. 우유는 센 불에서 끓이면 막이 생기고 분리됩니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닭가슴살 타락죽이 완성됩니다. 우유가 들어가서 단백질뿐만 아니라 칼슘까지 챙길 수 있으니 뼈와 잇몸 건강에 아주 훌륭한 메뉴죠.


3.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대구살 계란죽


흰살생선은 지방 함량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이 듬뿍 들어있어서 소화 기능이 떨어진 분들에게 아주 이상적인 식재료예요. 특히 대구살이나 동태살은 가시가 없고 살결이 연해서 죽에 넣고 끓이기 딱 좋더라고요. 비린내도 적어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재료: 밥 한 공기, 냉동 대구살 100g, 계란 1개, 대파 흰 부분 약간, 멸치 다시마 육수, 맛술 1큰술, 소금, 참기름

만드는 법:

냉동 대구살은 냉장고에서 자연 해동한 뒤, 끓는 물에 맛술을 살짝 풀고 가볍게 데쳐주세요. 이렇게 하면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확실하게 잡습니다. 데친 대구살은 포크로 살살 눌러서 곱게 으깨줍니다.

냄비에 멸치 다시마 육수를 붓고 밥을 넣어 끓여주세요. 감칠맛을 위해 육수를 쓰면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이 납니다.

밥알이 부드럽게 풀어지면 으깬 대구살을 넣고 한소끔 더 끓입니다. 이때 대파 흰 부분을 아주 잘게 다져서 넣어주면 파의 은은한 단맛이 생선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요.

죽이 원하는 농도가 되면 계란을 그릇에 잘 풀어서 냄비 가장자리를 따라 원을 그리듯 빙 둘러 넣어주세요. 계란을 넣고 바로 마구 젓지 말고, 몽글몽글하게 익을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가 가볍게 저어주는 게 포인트예요.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뜨리면 끝입니다.

대구살의 담백함과 계란의 고소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아픈 와중에도 정말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어요.


환자식


식재료별 단백질 함량과 소화 용이성 비교


죽에 들어갈 재료를 선택할 때 참고하시라고 자주 쓰는 식재료들의 특징을 정리해 봤어요.


식재료 단백질 함량 (100g당) 소화 및 저작 용이성 추천 활용법 및 주의사항
연두부 약 5g 매우 높음 (거의 씹을 필요 없음) 으깨서 죽이나 부드러운 수프에 활용
닭가슴살 약 23g 보통 (다졌을 때는 매우 높음) 아주 곱게 다지거나 갈아서 푹 끓이기
흰살생선(대구) 약 17g 높음 (살결이 부드러움) 데쳐서 비린내를 제거하고 으깨어 사용
계란 약 13g 매우 높음 (부드러운 식감) 잘 풀어서 죽의 마지막 단계에 추가
우유 약 3g 높음 (액상 형태) 물 대신 넣어 끓이되, 유당불내증 주의

죽을 끓일 때 꼭 기억해야 할 디테일한 팁들


치아가 약한 분들을 위한 요리를 할 때는 아주 작은 디테일이 맛과 식감, 그리고 드시는 분의 편안함을 좌우하더라고요.


첫째, 모든 부재료의 크기예요. 평소 볶음밥에 넣는 크기보다 훨씬 더 작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잘게 다져야 합니다. 잇몸이나 혀로 가볍게 눌렀을 때 스르륵 으깨질 정도가 딱 좋아요. 씹다가 단단한 게 걸리면 바로 통증이 오니까요.

둘째, 간 맞추기입니다. 간은 평소 입맛보다 약간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맞추는 게 속을 편안하게 해줘요. 너무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약해진 잇몸 점막에 자극을 줍니다. 갈증을 유발해서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셋째, 보관과 데우는 방법이에요. 죽은 한 번에 솥째로 많이 끓여두고 계속 데워 먹기보다는, 한두 번 먹을 분량만 조금씩 끓여 드시는 걸 권장해요. 죽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여러 번 데우면 수분이 다 날아가서 떡처럼 찐득하게 변합니다. 만약 남은 죽을 다시 데워야 한다면, 물이나 육수, 혹은 우유를 반 컵 정도 추가로 붓고 약불에서 천천히 저어가며 데워주세요. 그래야 처음 끓였을 때의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납니다.


죽만 먹기 아쉬울 때 곁들이기 좋은 부드러운 반찬


죽만 계속 먹다 보면 아무리 맛있어도 입이 좀 심심해지죠. 그럴 때는 씹기 편하면서도 수분감이 많은 반찬을 곁들이면 훨씬 식사가 즐거워져요. 예를 들어, 뚝배기 계란찜을 할 때 물을 평소보다 1.5배 정도 더 넣고 중탕으로 찌면 푸딩처럼 아주 보들보들한 계란찜이 되거든요. 죽이랑 같이 호로록 넘기기 최고예요. 또, 맵지 않게 담근 동치미나 나박김치 국물을 차갑게 해서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소화액 분비도 도와주니까 일석이조랍니다. 질긴 나물 반찬 대신 푹 익힌 무나물이나 부드럽게 찐 가지무침도 훌륭한 반찬이 되고요.


이렇게 반찬까지 부드러운 것들로 세팅해 주면 완벽한 회복기 식단이 완성되는 거죠. 치아 건강은 정말 오복 중의 하나라는 말이 맞나 봐요. 아프기 전에는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잘 모르잖아요. 지금 당장은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영양 가득한 고단백 식사로 잘 챙겨 드시면서 건강하게 회복하시길 바랄게요. 다 나으면 제일 먹고 싶었던 갈비나 삼겹살도 마음껏 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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